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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2/06/03) 운동을 시작한 일생일대의 사건

진짜 내 게으름에 혀를 내두른다...
진짜 뭐 하나 결심하면 1주일이 한계냐
이러다 인생 망하면 어떡하나 걱정하면서도 결국 미루고~ 미루다 열흘이 넘게 지나버렸다.
그래도 돈내고 PT받는건 기록해야하기에, 뭘 먹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1주일 전 기록을 해본다.


[운동]

번호를 붙일것도 없다 이제
이것밖에 안한다. 심지어 PT가 없으면 또 잘 안한다. 정신차리자 이눔자시가

무튼 그래서 이날은 가슴운동을 했...나보다. 기록이 그렇다는데 뭐 그렇겠지

1. 시티드 체스트 프레스
 등 패킹하고, 어깨 누르고, 엄지를 위로 해서 그립을 잡고, 팔 가져올때 45도 각도로 가져오기
 20kg 20회 5세트

2. 벤치프레스
 처음에 누워서 들때, 뒤에 기둥에 받쳐서 쭉 들어올리고, 팔을 다 편 상태에서 밑으로 가져오기. 다쳐다쳐
 양쪽에 10씩 끼우고 8회 5세트

3. 플라이
 20으로 20회 5세트

4. 마무리로 푸쉬업 4세트

그래도 운동은 강제로라도 하니까 좀 는다. 아니 늘었다고 칭찬을 들었다. 근데 난 잘 모르겠다. 
요새는 또 PT 몇번 했다고 거기에 익숙해져서 혼자 하면 또 열심히 안한다.
난 진짜 강제성이 있어야 뭔가를 하지, 자발적으로 절대 안하는 스타일이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갑자기 생각난건데, 내가 운동을 시작한건 군인일때다.
이제 막 일병을 달았을 때, 경계근무를 같이 나가던 선임이 갑자기 막 훑어보더니 

"너 등빨이 좀 있다? 운동 같이할래? 생각해보고 하고싶으면 말해"

짬 찌끄레기 일병의 입장에서 어떻게 또 아니라고 하겠는가... 몇 주 뒤에 하고싶다고 냉큼 찾아갔고, 그 날부터 지옥이 시작되었다ㅠ

 지금 생각해보면, 그 선임이 당시 하던 운동에 중량만 낮춰서 나를 시켰다. 전문 PT는 아니니까 당연하지. 나같아도 그랬을거다. 가르치는 입장에서야 최선이지만, 배우는 입장에서는 와... 이게 군대 부조리인가. 군대와서 나도 부조리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인가. 아직 짬 낮을때 찔러야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먼저 하겠다고 해서 말 바꿀수도 없고 하...
 심지어 못하면 미친듯이 째려보고, 야외에서 하면 소리까지 지르면서 시키는데... 심지어 난 짬 찌끄레기인데... 방법이 있겠는가. 죽기살기로 해야지. 군대니까 이제 석식 이후 정비시간에 운동을 했는데, 그 시간에 경계근무를 나가는게 너무 좋았다. 운동 안해도 되니까ㅎㅎ

 근데 효과가 딱 3주만에 나왔다. 내려다 보이는 팔에 봉긋한 언덕이 뙇! 선임 말로는 열흘만에 보였다고 하는데, 난 3주정도 걸렸다. 하긴 눈썰미없는 내 눈에 보일정도면 남들은 진즉에 알았겠지. 무튼 딱 그 때부터는 약간 덜 괴롭게(힘들긴 똑같이 힘들고) 운동했던 것 같다.

 그렇게 그 선임이랑(중간부터는 형이 되었지) 거의 1년을 같이 운동하고, 나 혼자 한 반년 하고, 전역하니까 몸이 제법 괜찮았다. 뭐 딱 봐도 므찐 몸은 아니었지만, 나름 복근(박박 우기면 왕짜라고 할 수 있는 정도?)도 생겼었다! 부대에서도 몸 좋은사람 하면 떠오르는 사람 중 하나였다고 워후~

 지금 그 선임은, 내 인생의 은인이다. 그 형이랑 운동 안했으면 난 지금쯤 배툭튀 어좁이였겠지. 이 사람을 만난것도, 특히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만난것도, 이 형이 운동 메이트로 나를 찜한것도, 진짜 많은 우연이 겹쳐서 내 인생의 한 귀퉁이에 운동이 자리잡았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봐도 거의 신이 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그러니까 결론은... 운동 좀 열심히 해라!!! 이렇게 어? 아등바등 운동해서 토대가 생겼으면 어? 태평양 어깨 한번 만들어봐야지 맨날 컴퓨터 한다고 라운드 숄더 돼가지고 말이야 콱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