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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대학원생활

(2023/05/21) 대학원 생활

석사생활이 벌써 1년 가까이 지났다.
입학을 기준으로 하면 1년은 아직 멀었지만, 합격 통보를 받은걸 기준으로 하면 대략 1년이 되었다.
새삼 1년 전의 내가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는 점이 생소하고 조금 놀랍다.

오늘은 1년 전의 내가 걱정한 지금의 내 생활을 좀 기록해보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년 전의 나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내 예상보다 즐겁고, 막 엉망진창으로 버겁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힘들고 빡세지만 의미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느껴져서 지금의 생활이나 그 속에서 느낀 점들을 좀 기록해보고 싶다.

1. 대학원 업무

일단 하는 일만 보면 지금은 연구과제 PM 하나, 수업 조교, 개인연구 이렇게 세 가지를 맡고 있다.

조교는 뭐... 당연히 하겠거니 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재미도 있고 돈도 쏠쏠해서 다음학기도 조교 업무는 하기로 했다.
실습 수업은 조교가 수업을 해야하는데, 수업 준비나 강의가 나름대로 재밌고 학부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 다른 강의에 비해 좋은 경험인 것 같다. (뭐가 좋지? 모르겠다 그냥 좋은 셈 치자)

연구 과제는 어쩌다보니 PM을 맡게 되었다
제법 큰(?) 규모의 과제를 우리 연구실이 리더로 가져가게 되면서, 그 과제의 PM을 맡았다.
사실 PM이 하는 일은 뭐... 과제가 잘 흘러가게 회의도 참석하고, 세미나도 진행하고, 진행 계획도 세우고, 그 과정의 잡일도 맡아하고 뭐 그런거다. 
교수님께서는 "내가 회사 일을 해봤으니 잘 할거다" 라는 생각으로 PM을 주셨다고 하셨는데, 어찌 보면 옳은 선택인 것 같기도 하다.
회사에서 내가 잘 못했고, 또 배웠던 것들을 다른 학생들이 그대로 하고 있는게 보였으니까. 그리고 어떻게 굴리면 잘 굴러가는지, 아니다 회사도 잘 굴러간 적은 없지..., 그냥 어찌저찌 굴릴 수 있는지를 대충 배웠으니까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나중에 회사다니면 이런 일을 결국 하게 되지 않을까? 연구하고 공부하는거야 평생 하는거지만 PM같은건 해보기 쉽지 않은 일이니 지금 이렇게 약소하게 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지 않을까 싶다.(긍정적!)

개인연구는 나중에 논문 내면 따로 히스토리 다 올릴거다
그때까지는 비밀이다.
소중한 내 연구 주제...

아 물론 수업도 듣는다.
듣긴 듣는데 음... 시험기간 외에는 딱히 신경을 쓰진 않는다.(학부때랑 똑같네!)
수업이 진짜 알차고 재밌는 수업도 있긴한데, 학점도 크게 중요하지 않고 뭐 그래서 적당적당히 듣는 편이다.
아, 정말 배움을 위해 빡센 수업을 신청해봤는데... 진짜 이런 짓은 하지 말자...

2. 대학원 생활

저렇게 네 가지 업무가 정말 쉼없이 나를 때린다.
어떻게 때리냐면, 연구과제 미팅을 하고 나오면 새 업무가 생기고, 근데 곧 개인연구 미팅이 있어서 그거부터 준비하고, 그러다 보니까 조교 수업 준비를 해야하고, 수업하고나니 어? 수업 과제가 있고, 근데 내일 논문 세미나 발표네? 해서 밤을 새고 나면 또 연구과제 미팅이다.
이 와중에 이번 학기엔 토요일 아침 9시 수업도 있다.
정말 바쁜 주에는 4일만에 70시간정도 일을 한 적도 있다.
대학원생도 근로자에 끼워달라... (얼마전에 대학원생이 드디어 법적으로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다음은 근로자다!)

뭐, 이렇게 빡세지만 회사생활보다는 의미있다고 느낀다.
일단 내가 뭘 하고 있는건지 알고 일을 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신입 개발자라 그런지 몰라도 내가 개발한게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이걸 왜 하고있는지도 잘 몰랐다.
그래서 뭐 성취도 없고, 의미도 없고,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여기서는 목표가 보이고, 업무가 흘러가는 전반적인 모습이 보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보인다.
그리고 심지어 그 길을 내가 조율할 수도 있다.
이런게 사람 사는거지!!

그리고 배움으로 가득 찬 생활을 하고 있음을 느낀다.
열심히 듣지는 않지만... 수업도 정말 양질의 수업이다. 학부때 듣던 수업과는 다른 좀 수준 높은 수업임을 느낀다.
그리고 요즘 기술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보안 업계의 이슈는 뭔지, 심지어 해외에서는 뭘 하고 있는지 이런것도 배운다.
회사가 너무 신기술이니 뭐니 없이 그냥 쌩으로 일을 해서 더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그 배움이 너무 많아서 문제이기도 하지만... 무튼 사람은 계속 성장을 해야 의미가 있는 거잖아?
지금 빡세게 구른 만큼 나중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그래야 한다 제발...)

3. 걱정거리

걱정거리라기 보다는 불안감이다.
이 2년이 의미가 있을지, 내 2년이 취업시장에서는 어떻게 보일지, 2년 간 발생한 수입의 공백이 나중에 어떤 파장을 부를지 뭐 이런거?
대학교 4학년 때 막연하게 불안해하던 것과는 다르게, 어디서 좀 굴러먹어 봤다고 좀 더 디테일한 불안감이 있다.
심지어 앞으로 남은 1년은 정말 불 보듯 뻔한 1년이 기다리고 있다.
노력과 운으로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 해도 예상범위 안에 있는데, 문제는 그게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이 생활은 일단 궤도에 올랐고, 그 끝에 내가 이륙에 성공할지, 오작동으로 멈출지 이것만이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뭐... 돈도 모이지 않으니 이것도 좀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좀 모아두어야 하는데 지금 나오는 돈은 생활비나 학비로 나가면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집이니 사회생활이니 돈 나갈 구멍은 갈수록 커져간다.
뭔가 난 팔다리가 묶였는데 태풍이 막 다가오는 기분이다.

위안을 삼자면, 이런 걱정도 할줄 아는 상태에서 대학원을 왔으니 남들보다 더 가저갈 것이라는... 훔... 그냥 자기 암시같은건가... 모르겠다.
그래도 이미 중간이나 온거, 열심히 해야지 어쩌겠는가
어쩔 수 없는건 고민하지 않는게 좋다. 지금 내 상황에 베스트를 찾아가는 수 밖에
궤도에 올랐으면 일단 이륙부터 하고 생각해봐야 한다.
의심하고 걱정하는건 이륙 타이밍을 놓치게 할 뿐이다.

쓰다 보니 이거 왜 쓰기 시작했는지 까먹었다.
푸념이 되어버렸네
대학원생은 글을 잘 써야한다.
논문까지 내면서 글이 이따우면 안된다.
이런 일상 글이나 조만간 쓸 기술 블로그나 글을 좀 잘 쓰도록 하자
책 좀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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